기표소 투표만 주장하는 회장단은 투표율 낮추려는 의도 오해
모바일과 기표소투표 병행으로 치르는 게 투표율 높이는 방법

룰의 전쟁이 시작됐다.

치협이 처음으로 직선제를 도입하고 서울, 경기 등 회원수만 4천명을 넘는 메이저 지부들이 직선제로 선거제도가 바뀌면서 차기회장에 대한 일반회원들의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직선제라는 큰 줄기는 정해졌으나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놓고 샅바싸움은 더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기싸움의 주요쟁점은 직선제 투표방식과 선거권 부여 기준이다.

선거권 부여와 회비납부 여부를 연계시키는 문제에선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3년 전 선거인단으로 치러진 치협 회장선거서도 3년치 이상 회비미납자는 투표권을 부여받지 못했다. 이미 직선제로 치러지고 있는 다른 유관단체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투표권과 회비납부는 연계되어 있어 논란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직선제 투표방식을 두고는 이견이 많다. 최근 서울지부가 투표방식을 놓고 점차 갈등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치 집행부가 지나치게 선거방식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어 구설을 낳고 있다.

지금까지 서치 선거방식은 모바일 투표방식인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서치 집행부가 노골적으로 기표소 투표로 진행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집행부가 룰을 마음대로 정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기표소 투표방식을 선호하는 주체를 서치 집행부로 보기도 어렵다. 선거제도 개선을 맡아 진행했던 담당이사조차도 기표소 투표방식 추진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정기이사회서 차기회장 출마가 유력한 강현구 부회장과 선거제도 개선을 이반했던 조정근 이사가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구 부회장은 차기출마가 유력한 사실상 예비후보다. 이러한 예비후보가 직접 직선제 투표방식을 놓고 자기주장을 펼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부 관계자들은 “선수가 직접 룰을 정하려는 태도는 회원을 무시한 오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현구 부회장은 “기표소 투표는 자신의 주장이 아니라 서치 회장단 결정 사안”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 역시 부적절하다. 서치 회장단에게 차기회장 투표방식을 결정하는 권한은 없다. 더구나 차기회장 출마가 유력시되는 강현구 부회장은 설령 회장단서 논의가 있다고 해도 의견개진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 부회장은 서치 구회 행사에 참석하여 차기회장 선거가 기표소 투표로 결정된 것처럼 얘기하고 다녀 빈축을 샀다.

모바일 투표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많은 회원들의 투표참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모바일 투표는 손쉽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 투표율을 크게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기표소 투표를 주장하는 집행부 논리는 모바일 선거에 부정투표 소지가 많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부정선거 시비의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동문선배의 압박이나 비뚤어진 의리투표로 표심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인데, 이는 기표소 투표로 치러진 과거 대의원선거서도 나왔던 지적이다. 따라서 모바일선거가 부정선거 소지가 높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원로회원 등 모바일 사용이 쉽지 않은 치과의사들을 위해 기표소 투표도 병행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에 투표방식을 놓고 벌이는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대안으로 모바일 투표와 기표소 투표의 병행실시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강현구 부회장 말대로 서치 회장단이라고 해서 투표방식에 대한 의견을 못낼 건 없다. 그러나 서치 회장단이 투표방식을 결정하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 더구나 사실상 차기회장 출마를 결심한 강 부회장이 자꾸 룰을 두고 개입하는 그림은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시키기에 충분하다. 벌써 일부에선 강 부회장이 기표소 투표를 고집하는 이유가 회원들의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게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직선제가 어떻게 도입됐는지 반추하며 왜 직선제 도입이 이루어졌는지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일반회원들이 배제된 채 201명 대의원 투표로 회장단이 선출되서는 회무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강력한 정서를 기반으로 지난 3월 대의원총회서 압도적인 표차로 직선제가 가결됐다.

그렇다면 결론은 뻔하다. 한 사람의 회원이라도 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방식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사실이다. 서치 집행부가 투표방식을 두고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회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서치 집행부 혹은 유력한 예비후보가 직접 나설 때 ‘선수가 룰을 정하려는 오만’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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