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의원이 시상하고 유디 진세식 원장이 수상하는 아이러니한 장면
최남섭 회장이 빌미제공 주장 나와 … 헌재 1인1개소법 판결에 영향 우려

이 사진은 지난 21일 열렸던 ‘대한민국 보건의료대상 치과부문 시상식’ 장면이다. 이날 수상자는 유디치과협회 진세식 원장이고 시상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위원장이 맡았다. 일반인들의 시선으론 전혀 이상하지 않은 진부한 시상식 사진 중 하나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나 이 장면을 접한 치과계 구성원 상당수는 어딘지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전국 시도지부장 등 치과계 구성원들 중심으로 반향이 심상치않다.

그도 그럴 것이 양승조 의원이 누구인가. 치과계 현안에 대해선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 왔던 국회의원이 아니었던가. 특히 양승조법으로 불리기도 하는 1인1개소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유디의 보건의료대상 수상 자체는 어찌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2년 전에도 비슷한 일은 벌어졌다. 당시 치협은 사후약방문 식으로 복지부에 항의하는 일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당시엔 유디가 사회공헌 부분으로 수상했는데 이번엔 치과진료 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다시 말해 저수가 진료가 수상배경이라는 얘기다.

한때 1인1개소법 입법으로 유디의 공격을 받았던 양승조 의원이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직접 시상자로 참여한 게 의외였다. 아무리 보건복지위위원장 상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대리시상을 맡길 수도 있었을 텐데 몸소 시상을 맡았다.

이를 두고 색다른 해석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승조 의원이 일부러 직접 시상자로 나섰다는 주장이 그 내용이다. 양 의원이 최남섭 회장에 대한 섭섭함과 불편한 심기를 직접 시상이란 형식으로 표출했다는 논리다.

양승조 의원은 지난 1일 치과계 숙원사업으로 수십년 묵은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8월 25일 국회 토론회가 열렸는데 최남섭 회장이 동남아 외유를 이유로 토론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치과계 숙원사업이라며 부탁했던 중요한 토론회 자리에 회장이 얼굴도 비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양승조 의원이 대표로 입법발의한 국립치의학연구원은 치협 김영만 부회장이 거의 도맡다시피 진행해 왔던 사업이다. 그렇다고 해도 회장이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만사를 제쳐놓고 참석하는 게 옳았다.

최남섭 회장의 동남아 외유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경중을 가리기 마련이다. 더구나 치협 회장이라는 직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불편하다고 회피하고 골프나 해외 외유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만 앞장서는 회장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또 다른 측면의 이유는 지난 4월 총선과정서 상대후보가 TV토론과 선거공보서 ‘1인1개소법 입법로비 의혹’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들어온 것과 무관치않다. 1인1개소법은 치협이 주도적으로 필요성을 제안하고 이를 양승조 의원이 의원입법으로 추진해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양 의원은 내심 4.13총선 과정서 사실과 다르게 공격하는 상대후보 진영에 치협이 항의라도 해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러나 최남섭 회장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당시 양승조 의원은 지인에게 최남섭 회장에 대한 서운함을 표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더구나 양승조 의원은 2년 전 최남섭 회장이 치협회장 출정식을 가질 때 유일하게 참석해 힘을 실어줬던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인간적인 배신감마저 느꼈을 수도 있는 이유다.

두 가지 사건으로 발단이 된 섭섭함과 불만이 양승조 의원으로 하여금 직접 유디치과 시상에 나서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이다. 사실여부야 당사자 말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양승조 의원이 최남섭 회장에게 큰 섭섭함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 판결을 앞두고 있는 1인1개소법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일각의 염려처럼 반유디치과법으로 불리우는 1인1개소법을 추진했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직접 유디치과에 시상하는 장면을 지켜본 헌법재판관들은 무슨 생각이 들까. 이미 유디는 관련사진과 내용을 대대적으로 언론플레이에 활용하고 있다.

양승조 의원이 보건의료대상 치과진료 부문 시상자로 나서 유디치과협회 진세식 회장을 격려하는 그림은 한 마디로 아이러니다. 그 어색한 아이러니의 토양에 최남섭 회장이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사진을 지켜 본 많은 치과계 인사들은 2년 전처럼 치협이 복지부에 항의하는 최소한의 움직임조차도 기대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1년 째 이어지고 있는 헌재 앞 1인1개소법 사수 릴레이 1인시위에는 관심도 없이 도둑촬영이나 하는 회장에게 무슨 기대를 걸 수 있겠는가.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불편한 현실이 서글플 뿐’이라는 한 치과의사의 자조 섞인 하소연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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