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환수조치 놓고 사법부 오락가락 판결도 논란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과 공동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경우 의료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한 요양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환수 소송에서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해당 요양병원은 의료인인 A씨와 비의료인인 B씨가 공동출자해, 2007년 2월부터 12월까지 또 다른 의료인 C씨의 명의로 개설되어 운영됐다. 이후 다시 A씨 명의로 이전하고 병원명을 변경해 다시 개설신고를 한 뒤, 2014년 8월까지 운영했다. 이 과정서 요양급여비용으로 2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받았고, 이에 공단은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중 부당이득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일반인이 자금을 투자해 시설을 갖추고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 의료인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개설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됐다거나 개설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했다고 해서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재판과정서 A씨는 의료인이므로 다른 의료인을 고용해 병원을 개설·운영한 것이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B씨 또한 병원을 주도적으로 개설한 것이 아니므로 ‘사무장병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의료인의 지분투자도 실질적인 비의료인과 의료인의 의료기관 공동개설·운영으로 보고 의료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치과계선 그간 치과 개설과정서 일부를 비의료인으로부터 투자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 강남 일대의 치과 중 상당수가 이 같은 공동투자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이들 치과 또한 모두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가져올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이번 재판선 의료법을 위반해 적법하게 개설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한 요양급여 환수가 정당하다고 판결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판부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명의대여 의료인으로 하여금 진료행위를 하게 한 뒤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이를 지급받는 경우, 이는 공단에 요양급여대상이 아닌 진료행위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도록 하는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라며 “피고는 원고(공단)에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최근 서울고법이 내린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중복으로 개설해 운영했더라도(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더라도) 국민에게 정당한 급여가 돌아갔다면 원칙적으로 비용을 지급하는 게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는 판단과는 전혀 다른 판결이다.

이에 각각의 의료법 위반 사례에 따라 각기 다른 판례를 내놓은 사법부의 판결기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개원가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 해당 판결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요양급여 환수처분은 그간 의료법 위반 의료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수단으로 기능해온 만큼,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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