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서도 ‘우는 직원 떡 하나 더 주는 식’의 경영으론 원칙 무너져

얼마 전 대만학자 난 하이진이 논어 별재에 실은 주천난이라는 한시가 이슈였다. 문무일 신임검찰총장이 임명식서 대통령에게 읊었다는 형식과 그 진위여부의 내용면에서 화제가 될 법했다.

주천난(做天難)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사월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지만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지만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

각기 입장에 따라 다른 속내를 잘 보여주는 한시다. 문무일 총장보다 한편으론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이 더 투영될 법한 한시이기도 하다.

오바마의 리더십서 읽은 일화가 생각난다. ‘이민 개혁법’ 통과를 촉구하는 연설서 한 청년이 ‘이민자 추방 중단’이라는 날카로운 구호를 외치자, 경호원들이 그를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자 오마바가 “괜찮아요, 청년이 그냥 여기에 있게 해줍시다, 나는 저 청년이 자신의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존중합니다, 다만 이민 정책처럼 복잡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득과 설명 그리고 서로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멀리 돌아가는 길이 바른길입니다,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얘기하고자 하는 바가 뭔가요? 말해보세요”라고 말하며 의연하게 대처했다고 한다.

깊은 감명을 받았던 일화다. 한시에서 보여주듯 입장에 따라 인간은 각기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어울려 살아야 하고, 함께 하는 세상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연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존재한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나 소신에 따라 가치의 기준이 다르다 보니 입장 또한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만큼 많이 들어야 하고 조율과 합의점을 찾아 가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각계각층의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억눌려 왔던 스프링 효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떼쓰기의 전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닫혀 있었기에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으나, 떡 하나 주어 달래는 식의 졸속정책으로  이어질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치과라는 조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객의 욕구, 직원들의 인사관리, 연차 등 수많은 의견들이 상충되어 충돌된다. 원칙이 있음에도 불가피한 예외가 발생하고 그 발생된 예외는 어느새 내게는 필요에 따라 완곡하게 적용되기를 바라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한 그 원칙을 들이대기도 한다. 

누구는 예뻐서 연차를 허용하고 누구는 평소에 성실하지 않아서 연차허용을 하지 않는다면 일관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치과서 떼를 쓰는 직원에겐 해주고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하지만 ‘우는 사람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넘어간다면 그건 경영이라 할 수 없다.

내 기준이 중요하지 않은 인간은 없다. 내 기준이 그러하니 내가 느끼는 것, 내 입장 내 절망이 가장 절실하다.
그러나 타인도 다르지 않다. 결국 공공의 이익을 위한 최선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소외 될 수 있는 소수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결국 해답은 없다. 다양한 욕구를 함께 고민하고 함께 풀어가는 소통으로 원칙을 만들고 그 원칙을 서로 지켜줄 때 질서가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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