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발치 케이스라고 해도 동의서 작성은 간과해선 안돼

20대 남자 환자가 사랑니를 발치하고 체어서 내려오자마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곤 쓰러졌다. 호흡과 맥박이 유지되고 있었지만 원장과 스텝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환자는 신속하게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어 큰 문제없이 정상을 되찾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환자는 회복 후 치과에 이의를 제기해 왔다. 단순히 대학병원 진료비청구만 하지 않고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발치에 대한 위험요소를 미리 충분히 설명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진료실에선 수평지치도 아니고 난발치도 아닌 상태라 동의서 작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든 진료행위는 동의서 작성을 기본으로 한다는 치과 프로세스가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담당직원은 바쁘기도 했고 환자가 시간 내기 어렵다며 빨리 처치해주기를 원해 구두로만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20대 건장한 청년이고 문진시 지병도 없어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구두설명은 다툼의 여지가 있는 법이다. 정황도 마찬가지다. 가장 확실한건 환자 자필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계약관계 속에서 의사와 환자는 서로에 대한 권리를 향유하고 의무를 부담하는 균형적 관계 속에 놓인다. 즉 의사의 의료행위는 의사와 환자라는 두 인격적 주체사이의 의료행위와 의료비를 제공하는 계약적 관계 속에 편입되는 서비스의 한 종류다.

그러므로 민법적으로 쌍무계약이다. 단지 결과채무가 아니라 수단채무이므로 환자가 원하는 결과의 달성을 치료비 지급의 조건으로 삼는 특약을 맺지 않는 한, 의료관계는 도급적 관계가 아니라 위임계약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의사와 환자간의 관계정립이다.

따라서 의료 개입시 의사의 의무를 지키고 보편타당한 진료가 시행되었을 경우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무한책임이 요구되지 않는다.

의료법 전반을 다 이해하기는 어렵다해도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의사의 의무를 제대로 하고 과정에 대한 근거가 서류로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위 사례서 중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간단한 발치를 할 때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발치의 부작용과 발치 후 문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동의를 구했는가. 환자가 발치를 하려고 내원했음으로 암묵적인 동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발치 후 쓰러져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환자가 발치를 결정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고 환자는 ‘아니다’고 답할 것이다. 그리하여 꼭 필요한 게 동의서작성이다.

의사의 의무 중 설명의 의무가 있다. 그 설명을 통해 환자는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다. 설명의 의무는 의료행위 개입이전의 설명과 개입 중 또는 개입 후의 설명이 있다.

의료개입 이전 설명은 환자의 자기 결정을 돕기 위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상태를 알려주는 진단 설명, 질병치료를 위한 실질적인 내용, 경과설명,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과 상태 합병증 등에 관한 위험설명을 해야만 한다.

진료 중 설명은 방사선 촬영시 귀금속의 탈부착여부, 호흡을 잠깐 멈출 수 있다든가 숨을 코로 쉬어야 한다는 설명 등이다.

진료 후 설명은 상태와 주의사항, 투약방법, 요양지도방법 등을 설명해야 한다. 이때 단순한 설명으로만 그치면 안 되고 설명을 충분히 받은 후 진료시행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받거나 서면으로 된 설명지를 제공하는 게 좋다.

미리 예약되어 있었고 문진결과 앓고 있는 지병이 없음은 확인하였다 해도 당일 몸 상태 확인 또한 필요하다. 위 사례의 20대 남자환자는 직업이 게임개발자였고, 치료 전날 밤샘 작업 후 내원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례는 일반적이지 않은 점을 이해시켜 문제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간단하다고 간과한 동의서가 없었다면 ‘설명 듣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입증할 방법이 없다. 치과 입장에선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상황으로 커질 수 있다,

그만큼 치과치료시 설명의 의무는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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