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광고와 잇단 언론플레이로 여론전 앞도 … 치협은 초반 대응 실기로 ‘대응카드 고심’
소설 형식이지만 사실상 ‘10년 전사(戰史)’ 기록 … 수세적 수비전략으론 역전패 당할 수도

유디치과 고광욱 원장이 펴낸 ‘임플란트 전쟁’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책은 ‘치과계의 부끄러운 민낯’을 부제로 삼고 있을 만큼, 제목부터가 도전적이다.

처음 책이 출간됐을 때만해도 치협 등 치과계는 애써 무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일부 치협 임원들이 초기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으나, ‘노이즈 마케팅에 말려 든다’는 집행부 주류 의견에 묻혔다.

이후 <임플란트 전쟁>은 TV광고를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치과계 우려 여론은 점차 현실화 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치협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했다. 일각에선 ‘유디가 책 몇 권 더 팔려고 TV광고를 하겠느냐’며 적극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치협은 요지부동이었다. 심지어 치협 관련특위서 '10월 이사회 안건으로 다뤄달라'는 요청마저도 주무이사 선에서 묵살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유디치과 고광욱 원장은 각종 언론매체 인터뷰를 통해 책을 넘어선 홍보활동에 적극 나섰다. 최근에는 시사 잡지와 지상파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인터뷰 형식으로 출연하여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해당 기사들은 ‘기막힌 치과 세계, 그 10년의 기록’, ‘임플란트 150만원? 재료비는 10만원대’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와 청취자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상황이 이쯤되자, 치협은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며칠 전 치협 법제팀과 정책국, 변호사 등이 간담회를 갖고, 책자 내용과 언론 인터뷰 내용에 대한 법률검토를 거쳐 법적대응 방침을 정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최근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KBS 라디오 인터뷰 내용에 반론인터뷰 요청에 나서기로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유디에 대한 대응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임플란트 전쟁>은 비록 소설형식으로 제작되었으나, 치과계에선 이수구 집행부 이후 벌어졌던 치협과 유디의 10년 전쟁(?)의 과정을 담은 일종의 전사(戰史)로 볼 수도 있다. 다만 그 기록이 유디의 입장서 집필됐을 뿐이다.

그렇다면 유디는 한동안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던 이 시점에 <임플란트 전쟁>을 출간하고,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을까. 막대한 비용을 들여 TV광고까지 하면서 언론플레이에 집중하는 이유가 뭘까.

이 같은 배경에는 헌법재판소의 의료법 33조 8항(1인1개소법) ‘헌법소원 판단’과 대법원의 건강보험 환수조치 판결이 임박했다는 반증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헌재와 대법원의 판결은 거울과 같다.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서 그동안 알려진 것(정권교체 후 합헌 가능성 높아졌다)과 달리 헌재의 판단이 오리무중으로 빠졌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해석에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특히 고용불안이 한 몫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시 말해 의료서비스 규제완화로 채용을 늘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정책이 은연중에 스며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규제완화라는 명분이 1인1개소법 무력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치과계는 헌재 릴레이 1인 시위라는 방식으로 수년째 대응해 왔다. 그러나 1인 시위는 이미 ‘관성화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안 하는 것보단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이 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여론도 비등해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현 시점서 1인1개소법 헌재 판단을 앞두고 펼치는 여론전서는 ‘나는 유디, 기는 치협’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치협은 이미 한 달 전 <임플란트 전쟁> 내용에 대한 변호사 유권해석(명예훼손, 모욕죄 가능)을 받아 놓고도 미적거리다 아무런 대응논리도 마련하지 못한 우를 다시 범해선 안 될 것이다.    

결국 고광욱 원장이 펴낸 <임플란트 전쟁>은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헌재 판단을 앞두고 펼치는 ‘1인1개소법 위헌 전쟁’으로 바라보는 게 옳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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