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대응 TF 설명회서 기업회생 물꼬 터 … 피해 치과의사들 ‘파산보단 회생절차에 동의’
쿠보텍, 인수의사 밝히고 정상화 의지 내비쳐 … 채권액 67% 동의 후 2억원 공탁으로 개시

그동안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비앤비시스템의 애니빔 레이저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치협 레이저 장비업체 대응 TF(위원장 김영주)는 지난 17일 치협회관 대강당서 ‘비앤비 레이저 업체 기업회생 또는 파산에 따른 회원 피해 최소화 대책 마련 긴급 설명회’를 갖고 피해자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서 피해자 대표 안동국 원장은 “지금까지 피해자들은 금감원 민원제기, 형사 고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했으나 비앤비는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현재 크고 작은 금전적 손해를 입은 피해 치과의사만 201명에 달하고, 기존 유저 1,000여명도 제대로 A/S를 받지 못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비앤비시스템은 월 200만원에 달하는 리스료를 치과에선 5만원만 부담하고 나머지 195만원은 회사가 대신 납입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펼쳤다. 그러나 업체는 무리한 마케팅으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였다.

그 결과 이런 방식으로 레이저를 구입한 200여명의 치과의사들은 당초 회사가 부담하기로 했던 리스료를 모두 떠안는 피해를 입고 있다. 심지어는 레이저장비도 받지 못하고 월 리스료만 부담하는 치과의사도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설명회서 피해자들은 비앤비시스템의 M&A를 통한 기업회생 동의여부를 판단해야만 했다.

업체측 법률 대리인은 “지난 6월 법원의 M&A 매각공고 허가 결정으로 인수기업을 물색했으나 여의치가 않았다”며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법원은 11월 27일 회생절차를 폐지하고,  법원 직권으로 파산선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서 10일 전 쿠보텍이 인수의향을 밝혀 극적으로 회생절차 개시 가능성이 열렸다. 이날 설명회에는 쿠보텍 정철웅 대표가 직접 참석하여 관련 내용을 청취하였다.

이 자리서 정 대표는 “애니빔 레이저는 제품 자체는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직접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만약 쿠보텍이 인수하면 유저들에 대한 철저한 A/S와 함께 장비도 못 받고 리스료만 부담하는 치과엔 장비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10여명의 피해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업체가 파산하면 비앤비시스템의 제조업 허가와 식약처 품목허가는 모두 취소되고 만다. 이 경우 애니빔 유저들은 A/S는 물론, 기존제품 사용 자체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참석자 대부분은 회생절차를 거쳐 A/S라도 차질 없이 받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서 일부 피해자들은 채권액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인수업체가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못했다.

결국 설명회 참석 피해자(채권자)들은 모두 만장일치로 쿠보텍 인수를 통한 회생절차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참석 피해자 동의만으로 회생절차가 개시되기는 어렵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총 채권금액의 67%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금융권 채권단의 40% 정도가 회생절차에 동의한 상태다.

따라서 치과의사 채권자 중 21억원(금액기준)에 해당하는 금액의 동의서가 제출되어야만 한다. 또한 인수 우선협상자로 나선 쿠보텍은 10%에 해당하는 2억1천만원을 법원에 납입해야 회생절차 개시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날 설명회서는 쿠보텍이 극적으로 인수의향을 밝혀 기업회생절차 개시 가능성을 열었다.

그동안 치협 대응 TF서 활동했던 정영복 공보이사는 “인수업체가 없어 최종 파산으로 갔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치과의사들에게 모두 돌아간다”며 “피해 치과의사들(채권자)이 동의하여 쿠보텍 인수를 통한 업체가 회생되는 게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치과계서 업체와 치과의사의 갈등은 심심찮게 있어 왔다. 그러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치협이 사태해결에 나서 수습책을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번 비앤비시스템 사태에는 치협이 적극 개입하여 일부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비앤비시스템이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살아날 수 있을지는 채권단과 인수업체의 세부적인 협상능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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